한국 이라크 평가전, 2023 아시안컵 최종 평가전
24년 1월 6일 22:00(한국시간)에 한국과 이라크의 평가전을 했다. 결과는 1:0 한국 승. 전반 40분경 이재성의 슛이 골망을 흔들며 득점을 했고 이것이 결승골이 되었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부터 A매치 6연승을 했고 7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어갔다.
한국보다 다소 약팀으로 보이는 상대에게 무실점과 연승이 무엇이 중요하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스포츠에는 기운, 기세가 있기 마련이고 이런 요소는 대한민국이 아시안컵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 의미 있는 기록이라 부여하고 싶다.
축구의 명언 중 '공은 둥글다.' 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요새 스포츠는 점점 격차가 줄어들고 있기에 10년, 20년 전 이라크처럼 가지고 놀면서 이기는 시대는 한참이나 지났다. 의미 있는 기록이라 부여해도 이상 없다.
선발명단
수비수 : 설영우, 정승현, 김영권, 이기제
미드필더 : 황인범, 박용우, 홍현석
공격수 : 정우영, 오현규, 이재성
전반전
지금 국가대표 중 전반 명단은 1.5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 명단 중 1군에 포함될만한 선수는 김영권, 김승규, 이재성, 황인범 정도이니 6~7명 정도는 지금 국가대표 명단 네임밸류에 비교를 하면 선택의 고민을 할 필요가 있는 선수들이다. 그렇다고 전반전에 나오는 선수가 못한다는 것이 아니다. 오현규가 현재 조규성의 아성을 넘기에는 부족한 것은 사실이고 좌, 우측 윙으로 활용이 가능한 정우영이 현재 손흥민이나 황희찬의 명성을 넘기에는 부족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우승까지 가기에는 이런 선수의 역할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솔직히 전반전은 전반 초반 또는 중반 위기 2차례를 제외하고는 큰 단점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돋보이는 것은 아니나 못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눈에 띄는 선수는 이재성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 전반 40분경 시원한 슛으로 선제골을 넣은 것은 역시 이재성의 활용도는 다양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줬다. 괜히 이재성이 마인츠에서 주전에 가까운 출전 횟수를 보장받는 게 아니다. 원투패스, 월패스 등 빠른 패스를 활용하여 슛공간을 만들었고 간결하게 슛을 때려 골키퍼 입장에서 니어포스트로 겨냥했고 골로 연결했다. 역시 시원한 골이었다.
후반 교체 명단 : 손흥민, 황희찬, 조규성, 김민재, 이강인, 김태환
후반전
후반전은 우리가 자랑하는 선수가 다 나왔다. 1군이다. 손흥민의 존재감은 역시 어마어마하다. 공을 잡는 것만으로도 상대를 휘저을 수 있고 빠른 순간 빠른 스피드는 위협적이었다.
후반 중반 수비수가 밀었고 골키퍼가 손으로 발까지 건드렸음에도 불구하고 PK를 주지 않은 그 순간은 백미였다. 한 플레이에 2번이나 페널티박스 내에서 파울을 했는데 파울을 주지 않은 주심은 역시 중동국가에 돈을 먹었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대단한 눈을 자랑했다. 당연히 중동국가에게 유리한 판정을 할 거라 생각했지만 역시나였다.
확실히 김민재가 있냐없냐는 천지차이이다. 애매한 상황에서 다른 수비수였다면 빼앗길 수 있는 그 상황에도 침착했고 우리의 소유권으로 만들었다. 스피드에 자신이 있으니 가능한 플레이다. 지금의 중앙수비는 김영권과 김민재가 적절해 보인다.
이번 경기의 이강인은 컨디션이 별로였다. 볼 소유를 할 때 트래핑이 몇 차례 길었던 장면이 그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렇다고 해서 존재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확실히 이강인의 바디패인팅을 많이 연구해보이는 이라크 선수들은 패인팅에 잘 속지 않았고 심판이 조그만 파울정도는 불지 않으니 과감히 이강인에게 파울을 건드리는 전략으로 해서 화를 내게 하여 심리적으로 흔드는 전략이 적절히 통했다. 이강인의 레드카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듯하다. 아마 레드카드를 받아도 본선경기에 출전은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저런 행동을 한 것 같다. 본선이나 토너먼트에 가서는 저런 장면은 없을 듯하다. 이강인의 킥은 정말 예술이다. 후반 두 번의 높이 띄우는 코너킥은 킥 중에 백미였다. 낮고 빠르게 가면 수비수에 커트가 되니 일부러 키가 큰 공격수에게 연결시키는 높이 띄우는 킥은 저렇게 정확히 찰 자신이 있으니 그런 킥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 두 킥 중 하나는 넣어줬어야 되었다. (특히 조규성이 헤딩한 것.)
지금의 원톱은 조규성이 적절해 보인다. 무게감, 스피드, 헤딩 등 덴마크에 있다보니 더 원숙해진 느낌이다. 다만 트래핑이 몇 차례 길어 골찬스를 놓쳤는데 그건 우리 선수와 좀 더 호흡을 맞춰보면 개선이 될 듯하다.
뉴스에도 몇 차례 등장하는데 이기제의 기용과 선발은 적절해 보인다. 특별히 단점은 보이지 않았고 왼쪽 후방에서 전방에 찔러주는 낫처럼 휘어지는 킥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스피드가 그리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수비가 구멍도 아니었다. 내 생각에는 김진수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이기제 기용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경기 외 이슈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의 인터뷰를 보고 느끼는 점이 많다. 멀리 바라볼 때에는 한국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번 아시안컵 우승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아시안컵 우승을 한 것을 보니 우리나라 수준이 일본이나 여러 아시아 국가에 비해 좀 낫구나라는 생각을 국민들이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 아버지’ 손웅정 “아시안컵 지금 우승하면 한국 축구 병들까 걱정” (daum.net)
엄밀히 말하면 우리나라 축구 수준은 일본에 비해 쳐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가대표 경기로 붙었을 때에는 한수 아래라고 보기에는 애매하지만 시스템이나 국대 이외의 전력으로 경기를 했을 때에는 3:0으로 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도가 잘 안될 뿐이고 관심이 없어 이렇게 깨지고 있는 것을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지금 축구를 업으로 종사하는 사람 다수에게 물어보면 일본이 앞선다고 답을 하는 분이 90%가 넘을 것이다. 나 역시도 솔직히 시스템 상으로는 일본에게 한 수 아래임은 분명하고 인정하는 부분이다.
더 뒤쳐지면 안 되는데 협회는 가만히 있다는 것이 굉장한 문제이다. 협회는 이번 우승을 누구보다 바랄 것이다. 조직이 한 것은 크게 없는데 비해 성과가 우승으로 나오면 손 안 대고 코푸는 격이니 협회 입장에서는 이보다 좋을 수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스포츠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축구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대한민국의 축구 발전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예전 90년대 초반 아시아의 호랑이, 아시아의 맹주의 위치, 위상을 찾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으나 우리 협회는 일본 축구협회와는 여전히 다른 행보를 하고 있다. 이미 일본은 2050년 내 월드컵 우승이라는 목표로 열심히 투자를 하고 있으며 전략도 세워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의 전략은 있나? 로드맵은 있나? 의문이다. 남의 나라의 전략은 보도가 되어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 축구협회 전략은 현재 있다 치더라도 국민들이 모르니 나같이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모르니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솔직히 일본이 2050년 내 월드컵 우승은 내 생각에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일본 특유의 패스 축구로는 어렵다. 몸과 몸이 강하게 부딪치는 이 축구가 사라지지 않는 한 강력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골을 넣는 선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번외의 이야기이고 어쨌든 우리나라 축구 발전에 쓴소리를 하고 이것을 행정으로 이어주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내가 죽기 전에는 월드컵 4강의 영광은 다시 보기 어려울 듯하다.
그래도 아시안컵은 우승하면서 한국축구가 발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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